마음에닮는 글·시

오대산 나무 부러지는 소리.....

바람 불어오는 곳 2014. 2. 20. 16:52

 

 

 

 

몇 년전 이 맘 때,그때도 눈이 많리 내린 오대산에

홀로 산행을 한적이 있었다.

눈이 이 내린 적막한 산정은 온통 소나무 가지 꺾기는

소리로 요란했다.

딱!

그 부러지는 소리가 적막을 깨고 어찌그리도 선명한지

인상이 참으로 깊었다.

그런 소리는  고독한 산정에서 내안에 가득했던 잡념과 혼돈을

일순간이 없애주던 죽비(竹篦) 같았다.

그런 소리와 풍광을 본 이는 모두 그런 내 마음이었으리라.

 

 

 

그 나무 부러지는 소리를  깊은 심상으로 우려낸

시인 이상국 님의 시을 옮겨 적어본다,

 

 

 

 대 결

 

                                     - 이상국

큰눈 온 날 아침
부러져 나간 소나무들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빛나는 自害(자해)
혹은 아름다운 마감

나도 때로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