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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이 불어오는 곳~
눈과 얼음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등반 보고

by 바람 불어오는 곳 2011. 2. 11.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등반 보고

 

 

                   일시: 2011.02.02~04

 

                   장소: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등반

 

                   대장/대원; * 대장:이정환(한산) / *대원: 오민석(21),손천익(21) 유순준(23)

                                       *지원: 오인복(21),정상숙(21)

 

                   등반방식/형태: 4인1조, 어프로치와 하단,중단,상단 구분하여등반(빌레이와고정로프를

                                             이용하여 자유반등반혼합형태)

 

 

*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 개요 *

 

◎ 어프로치:소공원 or 켄싱턴호텔에서  Y자 계곡까지 소요시간 3시간 전후)

◎ 하단하부:Y자 계곡에서 토왕성빙폭 하단까지-30분 전후(적설량에 따라 다름)

◎ 하단: *길이:70m~90m전후

           *난이도: 하부(보통),중단(상급),상단(보통)-등반라인으로

                      볼때 좌즉라인이 우측라인보다 쉬움. 경사도(8~90∘)

 

◎ 중단: *길이:100m~120m 전후

           *난이도: 눈이 많은 경우 걸어서도 등반가능(눈이 없는 경우

                           확보후,등반을 하여야함.)

 

◎ 상단: *길이 130m 전후( 보통 2피치로 등반)

           *난이도:(1피치)-길이 70m전후, 가장어려움, 물이 흐르는곳이 있음. 경사도(90∘)

                     (2피치)-길이 60m전후, 보통은 상단부 테라스에서 1피치 확보함,

                               경사도(8~90∘), 난이도-출발지점은 경사가 크나

                               상단부는 완경사임(전나무 확보지점 까지 10m전후 걸어감.)

 

◎ 필요장비:100m자일(필요량),이이스스크류 15개이상,퀵드로우15개이상,보온의류,

                헤드렌턴,행동식,보온병,무전기,기타 최소한의장비

 

◎ 소요시간: 편차가 큼! (보통 하루에 끝냄-새벽 03시~04시에 어프로치 시작해서 오후

                 6~7시 or 12시가 넘어 하산 완료하는 경우도 있음)-행동식.더운물,헤드렌턴필수!!

 

◎ 하강: 상단좌측 10m아래 나무에 확보(하강링 있음)-공업용pp로프 잡고 내려감

          * 제1포인트: 길이 60m 전후(동굴까지)

          * 제2포인트:동굴~상단하부(80m 전후)-중간지점4~50m쯤 쌍볼트 있음.

          * 제3포인트:상단하부~중단 하강볼트(60m전후)

          * 제4포인트:중단하강볼트~하단(80m이상)

            -하단부터 Y자 계곡까지 자일로 하강하는 것이 바람직함.

 

 

             ★ 토왕성폭포 빙벽등반의 어려움점!!

 

  1.체력적인 문제 : 긴 어프로치와 장시간 등반에 따른 체력안배(배낭과 장비 무게에 따른 체력소모)

  2.기후와날씨문제 : 날씨와기온에 취약함(바람에 영향이 많은 곳이고 기온이 낮은경가 많음)

  3.테크닉과 고도감 극복 문제 : 고도감이 상당하며 토왕성빙폭에서 오는 자연의 중압감이 다른 어느곳보다

                                       커서 이를 조화롭게 극복해야함)

  4.식사와 휴식의 문제 : 식사및 휴식이 용이하지 않으므로 적절한 행동식 섭취와

                              휴식이 필요, 생리현상 해결에 어려움도 있음.

  5.하강문제 : 어두워진 이후 하강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

                  - 자일이 꼬이지 않는 방법 강구, 어둠속에서 적절한 하강포인트 찾기, 긴 하강으로 인해

                    지친 체력적 안배 필요.  (헤드랜턴필수!!)

  6.시간적 문제 : 등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짐

                      (추위와 배고품, 체력저하, 어둠속 하강의 어려움등 위험에 노출됨.)

                     등반시간을 최소한 줄이는 것이 관건.

 7.만약에 있을 사고나 부상등에 대한 대처, 구급, 구조의 어려움:

    경미한 사고로 인한 부상으로도 위험에 노출될수 있음(만약 마지막 등반팀 이라면 도와 줄 다른팀 부재,

    같은 팀에서 해결할수 없는 문제 발생시 구조대 접근이 최소10시간 이상 걸릴수 있음)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등반을 마치며,,,,,,,,,

 

이번 명절에 이정환, 민석, 천익형들이 토왕폭에 오른다는 말들 듣고 이내 그 생각을

접을수가 없었습니다.  일렁이는 파도처럼 그 욕망이 마음속에 거침 없이 출렁였습니다.

초 가을부터 왠지 올 겨울 목표로 토왕성빙폭 등반으로 잡고 혼자서 되뇌이곤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번 1월 설악산 산악인 워크샵에 참석해서 우연히 토왕성 빙벽등반 사고를 접하고

구조대 3차 인원으로 참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사고 경위, 사고 상황및 구조와 후송까지

참여하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그 길고 추웠던밤,토왕의 밤..... 3차 구조대원으로 참여 했지만 내가 특별히 할수 있는건

없었고 사고자를 구조해서 하단에 도착하면 하산을 돕고 구조대 지원 하는것이 내 역할이었습니다.

아무도 아는이 없는 곳에서 후송대기 하던 토왕성 빙폭하단...그렇게 처음 대하는 그곳..

두렵고 추웠던 길고긴 밤, 그곳에서 추위와 싸우며 보고 또 본 토왕폭하단! 나도 갈수 있을까? 여길 올라갈수 있을까? 중단과 상단은 보이지도 않는 이 어둔운 곳에서 두려움으로 다가온 토왕성 이었습니다.

등반의 목표나 그 대상지가 아닌 죽음을 눈으로 지켜보는 두려움의, 공포의 산실이었습니다.

이렇게 토왕성 빙폭의 첫 대면을 하였습니다.

아침이 되자 사고자는 마네킹처럼 굳어 사망한 상태로 자일에 메달려 내려오고 그것을 지켜보며 충격과 공포, 그리고 말할수 없는 안타까움이 아직 내 뇌리에 각인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충격적인 토왕성 빙폭의 기억들...한 동안은 생각 하고 싶지 않았고 피하고 싶었던,

토왕성 !... 왜 갑자기 이렇게 출렁거릴까?  왜?...두려움...피하고 싶은..그곳이..

이 두려움의 거부를  극복할수 있는 방법은 피하는것이 아니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나를

그곳으로 이끄는 듯했습니다.

"넘어야할 곳이라면 넘자!"

.....................................

 

며칠을 고민하다 정환형님께 뒤늦게 나마 등반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말씀드려 허락을 청하니 형님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고맙고...뒤늦음에 죄송하구 머쓱하구 ...민석이형과 천익형은 오목조목 뒤늦은 준비를 알려 주지만 준비할건 별로 없었습니다.

다 준비해 놓으셨으니 난 그냥 수저만 놓으면 되는 형편이라 얼마나 눈치가 보이고 머쓱한지...

염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등반대에 뒤늦게 합류한 저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획을 세운 정환형님, 형님들에게 할말을 잃고 그냥 멍하니 지켜보고 따라만 갔습니다. 사실 이렇게 준비한 분들게 너무 생각없이, 또한 준비없이 따라 나선 것이 아닌가 죄송스럽고 성의가 없는것 같아서 더욱더...

내 역할을 다하자! 이렇게 어렵게 참여한 마당에 짐이야 될수없지 않은가?! 이런생각에 저번 구조인원으로 익힌 길을 앞서 오르며 어프로치를 해나갔습니다.

서울에서 새벽 한시쯤 출발해 설악 켄싱턴호텔앞 주차를 하고 등반장비만 챙겨 개울을 건너

어프로치를 한지 2시간 가까이 Y자계곡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토왕폭 하단으로 진입을 시작하였습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고 우리팀만이 토왕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하단 도착! 여명은 아직 밝아오지 않았고 선등인 정환형님을 따라 누구라도 할것없이

묵묵하고 담대하게 장비를 착용하고 등반준비를 했습니다.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토왕폭에서 품어져 나오는 자연의 웅장함에 앞도되는 중압감이 크게 다가올뿐,

다행히 저번 사고와 구조때의 안좋은 기억과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등반에 집중하자!라는 자기 암시만을 되뇌일뿐..

저는 세컨빌레이를 보고 정환형님이 선등을 나가셨습니다. 형님 등뒤로 존경심과 믿음이

넓고 깊게 베어 나왔습니다. 이것이 신뢰인가 봅니다.

큰형님과는 인연은 깊습니다. 처음에 사제지간으로 시작된 인연이 자연과 산이라는 공동체적인 매개로

형님의 멋스러움과 존경심에 이렇게 한국산악회에 입회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또 지금 이렇게 그분의 빌레이를 보고 있는 제 자신이 즐겁고 만족스러울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만족감에 빌레이 보며 자일이 얼마간 빠져 나갔을 즈음, 완료!! 준비하고 올라와! 형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 됐구나! 이제 나야! 잘 할수 있어! 가자!...

바일에 힘을 더하고 크램폰은 얼음을 파고들었습니다. 가자! 한발 한발!...

처음은 아무 생각 없이 출발했고 가다보니 스크류 회수하랴 크럭스 돌파하랴 정신이 없고 허겁지겁! 힘겨움을

느낄 때쯤 만만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날은 아직 밝지 않았지만 저 멀리 여명이 밝아옴을 어림잡아 알수 있었습니다.

뒤에서 바라보는 형님들의 근심스러운 눈길을 느끼며 한발 한발 한손 한손 바일과 그램폰에 힘을 실었고 길고 길던 빙벽 하단 상부에 한참 만에 올라섰습니다.

오! 높다! 감흥도 잠시 다시 빌레이준비하고 천익형 빌레이를 봅니다.

무리없이 올라오는 형들을 보며 마음 준비 몸준비를 그동안 많이 하셨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목표는 하단에 고정로프 설치와 우회로 확보였으나 적설량 부족으로 우회로는 어렵다고 판단, 하단과 중단 상부까지 고정로프 설치 후 하강 했습니다.

첫날 목표에는 대만족을 하며 하강을 하고 숙소로 정한 민이네로 무사히 하산했습니다.

어둡지 않은 시간에 도착해서 저녁먹고 주차장에서 나머지 짐을 옮기고 짐정리하고 침낭을

펴니 온몸이 벗어놓은 스타킹 처럼 흘러 내렸습니다. 20시간 가까이 어프로치와 등반을 했으니...

잠깐 잠이든 사이 정환형님께서 내일 각자 등반 장비 배분과 준비까지 마치고 야식으로 만두국까지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죄송하게도 먹기만 했습니다.

토왕골에서 고단한 첫날, 침낭에서 잠들기 전 집을 생각합니다.

복잡한 마음으로 가족과 부모님을 생각 합니다.........남들은 명절이라 흩어진 가족들도 모두 모이는 날인데

아내와 아이들, 부모형제 뒤로 두고 집을 나서는 것이 마음에 큰 걸림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가자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크게 마음이 쓰였던 것이 명절에 가족들을 두고 온다는 것이 이내 걸렸는데... 이렇게 누워 집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안하고 안됐습니다.

명절엔 집을 비워본 적 이 없어 큰죄 짓는 듯 그렇게 무겁게...

....................................................

 

새벽2시!

다들 분주하게 등반준비를 마치고 새해라 떡국으로 아침을 먹고 3시30분 숙소를 나셨습니다.

칠흙같이 어두운 토왕골을 거슬러 Y자계곡에 도착! 장비 착용하고 토왕폭 하단까지 빠른속도로 올라왔습니다.

오늘은 거침없이 하단,중단,상단까지 올라가야합니다.

어제 고정시켜 놓은 자일에 베이직을 걸고 자유등반후 바로 빌레이를 보니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습니다.

그래도 등반인원이 4명이라 시간은 족히 걸렸고 중단까지 고정로프를 이동후 간단하게 행동식과 요기를

해결한 후 상단 하부 스타트지점에 확보를한 시간이 12시가 다된듯 싶었습니다. 다른 등반팀 두개팀이

옆과 아래에 있었습니다.

정환형님이 선등을 나선 후 얼마 되지 않아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보곤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하강을 하시고 팔쪽에 문제가 생긴것을 알았고 정상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 마음이 안타까운 상황이었는데

형님께서 "순준아 네가 가볼래?!"

라는 말을 하셨고 나는 준비 됐다는 듯이 "네! 제가 가보겠습니다!"

대답을 하곤 장비를 형님에게 손수 넘겨 받고 선등에 나셨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던가요?! 아무생각없이

아무 스스럼없이 선뜻나선 선등!!

민석형님이 용기를 거들어 줍니다. "순준아 기회가 왔어! 잘해봐!!"

정환형님이 믿고 주신 기회!! 주저없이 받아 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덤덤합니다.

거기까지 고생고생 왔는데 돌아서기가 아쉬웠고 믿어주는 형들덕에  내자신에 믿음이 "네 가보겠습니다!"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지금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또 다시 "네 가겠습니다". 할것 같은상황!

자신감이나 자만에서만 오는 것은 아닌것 같고 그때 상황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형님이 밀어주셔서 앞줄을 달게 되었고 정신없이 한참을 위만보고 바일과 크램폰 에만 집중했습니다.

그 순간! 많이 왔다! 스크류! 밑을보니 마지막 스크류 간격이7~8m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저 멀리 토왕의 중단 바닥이 까마득히 내려보였고 내가 지금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악몽을 꾸듯 순식간에

현실로 와 닫았습니다. 오~후! 떨어지면 15m이상 되겠다는 생각에 바일에 힘이 들어 가고

스크류를 단단한 곳을 찾아 돌려박고 퀵드로우를 자일에 거는순간 그제서야 안도와 여유가 생기는 것을

느끼며 그때부터 상단 ⅔ 지점까지 스크류를 적당히 박고 오르며 계속 스스로에게 "떨어지면 안돼!"

 "할 수 있어" "가자!" 다독였습니다.

그렇게 상단부 테라스에 도착을 했고 확보를 하고 세컨 빌레이준비를 하려는데 어설픔이란

이럴때 나오는지 스크류 설치하고 균등연결하고 의심스러워 빽업 스크류 하나더 박고 나니

시간이 많이 지연되고 아래에서 무전이 날라 옵니다.

천익형이 올라오고 민석형이 올라온 시간이 2시가 넘었고 하산시간이 너무 늦을듯해서

스스로 진퇴양난을 결정하기 어려워 형님들에게 의견을 묻자 돌아오는말 "가자!!" 위로!

여기까지 왔는데...어차피 어둠을 피할수 없다면 정상찍고 가는편이 나을듯 했습니다.

정환형님께 무전으로 선등 출발신호 송신하고 천익형 빌레이를 받고 출발했고 옆팀 등반라인에

지장을 피하려다 난코스를 만나 한참을 고전하다 다시 쉬운 코스로 찾아 등반을 이어 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이곳이 가장 어렵고 힘든 크럭스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고도감도 최고였고...

그렇게 5~60m를 오르니 힘든 등반라인이 끝나고 계단형식의 얼음이 이어지는 상단부에 도착후 마지막 스크류를 설치하고 큰 나무 확보물까지 걸어서 도착, 등반로프를 이용해 확보를마치고 무전을 보냈습니다.

"정상!!!! 완료했습니다!"

"얼른들 오셔서 쵸코렛 드세요!!"......의기 양양!!

큰형님의 송신음이 들려 옵니다! "수고했다"

아! 감격이고 감동입니다! 무사하게 잘 올라왔습니다!

..........

그제야 미소가 나옵니다. 잘했다! 수고했다!  스스로에게 또 이렇게 위안을 줍니다....기도하듯..

길고긴 토왕성빙폭이였습니다.  함참만에 힘들여 올라온 이곳 토왕성!!

감격과 감동도 컸지만 왠지모를 담대함도 혼제되어 알수없는 미묘한 감정들....

뒤이은 천익형얼굴, 민석형, 정환형님까지.. 밝은미소의 얼굴이 하나 둘 보이고 하얀 얼음위로

또는 등뒤에 멀리 노적봉을 배경으로 한사람 한사람 수고와 노고의 마무리를 합니다.

 

"우리는 듬직한 종결자들!!"입니다.

 

하강을 걱정하며 기념 촬영과 행동식을 나누어 먹고 서둘러 하강을 했습니다.

우린 아직 등반이 끝나지 않았기에 긴장을 놓을수 없었고 가장 위험한 어둠속에 하강이 시작되었습니다.

좌측으로 20m 정도 이동하여 그곳에서 PP로프를잡고 다시 아래쪽으로 나무에 하강슬링과 링이 묶여있는

하강 포인트에서 하강을 시작한 시간이 5시가 넘어 바로 어두워 졌고 해드렌턴을 사용해 하강을 했습니다.

처음에 로프가 나무 뿌리사이로 들어가 애를 먹었지만 세 번에 나누어 약 200m 를 하강 했고 특별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먼저 정환형님이 하강포인트를 찾으며 하강을 하셨고 그덕에 우리는 고속도로처럼 로프를 따라 별어려움 없이 하강을 했습니다. 하강 거리가 길고 직벽이라 힘은 많이 들었습니다.욕도나오고 비명을 지를 정도로 힘든 하강!

그만큼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고 길기도 했습니다.

중단하부 마지막 하강 포인트에서 하강로프를 걸때 아래에서 사람 부르는듯 소리가 올라왔지만 그런 신경쓸 여력도 없고 또 부를 사람도 없다는 생각에 하강에만 신경을 썼고 제가 마지막 하강을 하며 아쉬운 여운과

멀리 토왕폭상단을 향해 작별에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설악아 잘있거라~ 내 또 다시 네게 오마~

             포근한 내 품속을 어디간들 잊으리오

             철쭉꽃 붉게 피어웃음 지는데 아~

             나는 어이 해 가야하나~

 

             선녀봉 섧은 전설 속삭이는 토왕성아~

             밤이슬 험뿍젓어 손짓하던 울산암아~

             나 항상 너를 반겨 여기 살고픈데 아~~

             나는 또다시 네게오마~

 

             보라빛 코스모스가 찬바람에 흩날릴때

             포근한 네눈동자 그리움에 젓었네

             가을이면 잊으마 한 그리운 그대여 아~~

             나는 잎떨어진 나무인가~ "

             ............

 

꿈같은 시간이 어둠과 함께 합니다.

하단에 마지막으로 80m 하강을 완료하니 밑에서 부르는 듯한 소리가 인복형이 우리를 애타게 부르던 그소리 였던것을 알고 반가움과 고마움에 마음이 찡했습니다.

이곳까지 일반 체인아이젠을 신고 올라와 몇시간을 추위에 떨며 기다렸을 형님을 생각하니 그 고마움이란...

그곳에서 느껴야 알것같습니다.

그제야 핸드폰을 켜니 상숙선배의 안부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몇통인지...그걱정과 관심에 우리를 이렇게

무사하고 안전하게 큰 어려움 없이 등반과 하강을 완료하게 했던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지원팀에게 머리숙여 감사를 보냅니다.

하단에는 다른 등반팀이 텐트에서 야영을 하며 내일 등반을 준비 하고 있었고 우리는

서둘러 Y자 계곡의 스타트 지점을 향해 나머지 하강을 시작했습니다. 80m 자일로 몇 번의

하강 끝에 Y자 계곡에 도착하여 장비를 벗고 대포한 짐을 챙겨 하산을 이어갔습니다.

그때 시간이 어림잡아 밤9시가 훨씬 넘은듯 했습니다.  계곡을 따라 지친몸을 이끌고 하산을

하다가 많이 허기져서 인복형이 준비해온 오뎅탕을 끊여먹었습니다.  오늘 새벽 만두국 먹고

처음으로 먹는 따끈한 음식이었습니다. 정신이 번쩍나고 오장이 살아나는듯 누구나 할것없이 허겁지겁

입으로 옮기며 감탄들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렇듯 뒤늦게 마중 나온 인복형님도 따듯함으로 어둠이 깊은 토왕골에서 하나가 되어갔습니다.

비룡폭포 위에서 잠시 쉬는 동안 모두들 해드렌턴을 끄고 별을 감상하던 그 밤!  그 크고 빛나던 별들...

그리고 희미한 은백색의 어스름한 토왕성 빙폭의 상단의 은빛!  그여운을....

랜턴 불빛에선 보이지 않던 토왕골의 여러 가지 아름다움들...이 어둠속에 빛이 나고 있습니다.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이 밤! 그리고 이 곳!.이 사람들을!..

......................

지친몸을 이끌고 민이네 도착한 시간이 자정12시가 훌쩍 넘어서 였습니다.출발한지 22시간이 되었습니다.

정말 장대한 등반이었고 대단한 큰 등반이었습니다.

군더덕이 없이 깔끔한 등반이였고 팀웍으로도 완성된 등반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훌륭한 등반을 안전하게 완료 할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것이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날씨도 한몫했습니다.  포근하고 온화하여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포근한 여인의 숨결처럼...

또한 계획부터 준비까지 철저한 프로젝트 등반이었고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정말 정환형님과 민석,천익,임복형님께 감사들 드리고 이 영광을 그분들께 돌립니다.

전 그냥 형님들의 도움과 지원속에 어부지리로 덩달아 즐겁고 행복했던것 같습니다.

부덕한 저를 스스럼 없이 등반에 참여시켜 주신 큰형님과 선배들께 감사를....

행복한 가정에 복귀할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자연앞에선 늘 겸손하고, 준비하고 계획하는, 노력하는 자가 되겠습니다.

여러분들과 토왕의 별헤던 밤을! 잊지 않겠습니다!

 

 

토왕의 밤!  

그 별을 헤던  유순준 적음

                                                                  

 

                                                                 2011. 02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