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이 맘 때,그때도 눈이 많리 내린 오대산에
홀로 산행을 한적이 있었다.
눈이 이 내린 적막한 산정은 온통 소나무 가지 꺾기는
소리로 요란했다.
딱!
그 부러지는 소리가 적막을 깨고 어찌그리도 선명한지
인상이 참으로 깊었다.
그런 소리는 고독한 산정에서 내안에 가득했던 잡념과 혼돈을
일순간이 없애주던 죽비(竹篦) 같았다.
그런 소리와 풍광을 본 이는 모두 그런 내 마음이었으리라.
그 나무 부러지는 소리를 깊은 심상으로 우려낸
시인 이상국 님의 시을 옮겨 적어본다,
대 결
- 이상국
큰눈 온 날 아침
부러져 나간 소나무들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빛나는 自害(자해)
혹은 아름다운 마감
나도 때로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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