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산악회 산악연수원 강사 해외 연수 프로그램
(키르기스스탄 악사이산군 연수 및 등반 일지)
* 일 시: 2011.07.17~08.01(15일)
* 장 소: 중앙아시아 키르기즈스탄 악사이 산군
* 참가자: 한국산악회 산악연수원장 장승필 외 11명
< 7월17일, 맑음>
"키르기즈스탄을 가다!"
인천 공항을 통해 타쉬겐트(우즈베키스탄)를 경유,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수도)까지 약 12시간
정도 걸렸다. 지루한 시간이 었지만 긴장되고 설레임에 시간은 잘 간다.
비행기 기내에서 짬짬히 잠도 자고 영화도 본다.그러나 마음은 벌써 미지의 설산과 높은 봉우리에
비행기와 같이 높게 떠 있는듯 했다.
비행기 기내에서 겨드랑이 암내가 나는듯해 조금은 불쾌 했지만 알고 보니 그 냄새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양고기에 쓰이는 향료 냄새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냄새는 그래도 맛은 좋았다.
비행기를 처음 탄것이 신혼여행 호주행 비행기와 몇 해전 가본 제주도 한라산 갈 때와 지금이다.
비행기를 많이 타보진 않았지만 점점 써비스가 좋아지고 편해져 지금은 매우 만족 스럽고 쾌적한 편이다.
인천공항에서 타쉬겐트까지 7시간이 걸렸고 다시 2시간정도 체류후 프로펠라 쌍발 엔진을단 소형 항공기로
비슈케크까지 1시간 비행후 다시 버스로 30분정도 이동 해 숙소에 도착했다.
비슈케크 공항에 산악 가이드(러시아인)와 현지 가이드인 엄아사씨(교민)가 버스와 화물차로 기다리고 었었다.
첫인상이 두분다 밝고 편안했다.
숙소는 비슈겐트 시내에 있는 임대용 5층 아파트였다. 집은 허스름 했지만 내부는 괜찮았다.이곳은 키르기즈스탄에
오는 여행객과 고객들을 위해 여행사에서 임대해 쓰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저렴하고 그런대로 편한듯하다.
우린 12명이라 숙소 두곳으로 나누어 사용했다.대충 짐을 숙소에 풀고 모두들 잠을 청한다.
제1숙소는 원장님과 형님들이 제2숙소는 나를 포함해서 젊은 후배들이 나누어 잠을 잔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가 중간 정도는 되는가 보다.
시간이 늦었고 정신없이 비행기와 버스로 이동하다 보니 피곤도 하고 시차와 여독으로 인해 몸이 무겁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오는 도중 어두워 밖을 볼수는 없었으나 버스창 안으로 들어오느 대륙의 초원에 풀내음과
말과 양의 냄새 인지 분뇨 냄새 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이 고원의 드넓은 초원과 유목의 땅에 들어선듯 했다.
다음날 혼란스런 짐들을 정리하고 식사를 했다. 아파트 창밖으로 이국적 경치에 시선이 흐른다.
이곳 사람들은 다민족국가 답게 러시아,몽골,중국,우즈벡인등 여러 인종이 모여 살기 때문에 사람구경도 솔솔하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이 조금 밝아 보이진 않는듯 하다.나의 편견일까?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서
그럴수도 있겠고 정치적으로도 사회주위의 영향과 역사적으로 여러 타국의 지배와 구속을 받아서 인듯 얼굴들이
굳어있다. 시내는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건물들도 나즈막하다. 나무도 많고 건물은 낡고 허스름하지만
건물 내부는 조금 나은듯 하다. 건물 외관엔 별로 돈을 들이지 않은 것 같다.
지동차는 모두 유럽산 자동차와 일본산 자동차가 주를 이루고 있고 원유 공급이 러시아에서 원활하지 않아서 인지
차들이 매연이 심해 눈과 코가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연료의 질에 문제인지 정유에 문제 인지는 몰라도
매연이 메쾌하다.도로는 잘 정비 되었지만 도로 포장이나 차선과 신호등은 엉성하다.
아직 기반시설과 정비가 많이 필요한듯 싶지만 도시가 오랜 세월 정체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첫 키르키즈스탄의 하루를 마감한다.
내일은 시내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볼 것이다.
<7월 18일 , 맑음 >
"창 밖으로 설산이 보인다!"
눈을 뜨고 창문 쪽으로 갔다. 5층 높이 나무사이로 저 멀리 설산이 은백색으로 빛나게 보인다. 눈이 휘둥그레져
나도 모르게 "야, 설산이 보인다!" 큰 소리를 낸다.
우린 제2숙소인 5층 아파트에서 나를 비롯해 정욱, 상훈, 기철, 승철, 강우랑 같이 생활을 한다.
모두 젊은 쪽에 속한 대원들이다. 세면을 하고 제1숙소인 원장님과 형님들이 계신 옆동 아파트로 이동했다.
인사를 하고 입성을 자축하며 아침을 먹는다. 잠시후 현지 가이드인 민영씨와 서로 인사를 한다.
한국에서 일을5ㄴ여간 했고 한국어를 잘한다. 러시아어, 키르키즈어 모두 구사하며 예쁘고 친절한 사람같다.
강우랑은 동갑이며 다음달 자국에서 결혼할 예정이라고 한다. 민영씨와 오늘은 장비, 식량을 구하기 위해 시내를
돌았다.칠절하고 안내를 편안하게 해준다. 호후 민영씨 집에 가서 김치를 담을 큰 그릇을 가지러 가게 되었는데
집에 들어서니 한창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었다. 넓은 초원의 시골인 듯한 곳에 마당엔 꽃이 피어 있고 어른 정도의 높이에 담장이 있었다. 약 20~30평 되어 보이는 반지하 1층집인데 지붕은 각이 서 있는 것이 이곳은 눈이 많이 오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흙과 시멘트가 섞인 집은 민영씨가 한국에서 번 돈으로 인테리어를 공사를 한다고 했다.
멋쟁이 아가씨!. 똑똑하고 알차다. 벌써부터 집안에 큰일을 하고 있으니 대단하고 사람이 달리보인다.
그의 집에서 차도 마시고 식구들과 인사도 하고 집구경을 했다. 부엌은 반지하 1층에서 음식을 한다. 흙과 시멘트로
된 장소인데 독특하다.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할것이다.지하이며 흙집이기 때문이다.사람 사는곳은 어디나
생활의 지혜는 있기 마련이다.그렇게 집구경을 하고 나와 숙소로 이동한다.숙소엔 연식이형이 내일 짐을 옮길 포터들의
인원과 약속을 다짐하는 모양이다. 꼼꼼하고 민틈이 없게 하려는 것이 믿음이 간다.
무거운 짐을 옮길 포터들의 노고와 감사에 만감이 교차한다.
시장 보는 일은 시내에 여러 마트도 있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트인 "시나브로"에서도 구입하고 전통시장을 주로
이용했다. 주식,부식 행동식,야채,식자재까지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거의 모든것을 이곳에서 구할수 있다.
과일은 일조량이 많고 강수량이적어 비교적 맛있지만 반면 껍질이 질기고 억새다.육류도 이슬람국가지만
돼지고기 훈재까지 구입(약500g에 360솜=8천원)이 가능하다.생선도 몇종류 보이고 양고기 쇠고기는 Kg 단위로
덩어리도 판다,부위별로 구매는 어려운듯하다. 등심을 찾으니 잘 모른다.아마 덩어리로만 잘라 파는모양이다.
쇠고기는 마블링이 전혀 없다.순살코기라 퍽퍽할것 같지만 의외로 먹을만 하다.약5kg,8근을 샀다.
야채도 풍부하고 쌀도 중국산을 구입해 국내에서 가져온 찹쌀과 섞어 사용할 생각인데 중국쌀도 맛이 좋다고 한다.
이렇게 시장을 둘러보니 사람 사는 냄새가 솔솔나고 생동감 있어 좋다.그나라에 대해서도 좀더 친근하고 면밀해 질수
있는것 같기도 하고..
숙소로 이동해 내일 산에 오른 카고백에 패킹을 다시한다.중량도 맞추고 수량도 맞춘다.내일이면 본격적인 실전이다.
악사이 산군에 B,C 구축하고 본격적이 연수와 등반이 시작된다.
산에 오르기전 집에 전화를 했다.딸이 받는다.왠지 마음이 무겁다.방학인데 가족들과 같이 못하는 아쉬움과 장기간
집을 비우고 위험하고 힘든 이곳에 나 좋다고 와 있으니 걱정하는 가족들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자식된 도리도 부모된 도리도 모두 머슥하다.한가정의 가장으로써 한부모의 자식으로써 근심 스럽게 하는 것이
아닌지 불편할 따름이다.하지만 나의 새로운 도전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할수 없는 일이고 대 자연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발전시켜 더 넓어지고 깊고,
높아질 것임을 안다.그런 새로운 나를 만나러 이곳에 왔다. 이것이 오늘 내가 이 악사이에온 이유이고 사명이다.
늘 꿈구고 그리던 설산과 고봉들 사이에서 나의, 나만의 산을 만나리라.그경험과 체험들이 이대자연 속에서
나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리고 함께할 대원들과도 이 차가운 설산에서 붉고 뜨거운 정과 마음을 나누기를 나는 기원한다.
이것이 내가 이곳에 온 이유이고 책임이다.
나는 내일 악사이로 간다!
< 7월 19일 , 흐림/비>
B,C구축 그리고 고소증세..
6시 30분즘 일어났다.식사후 짐을 챙긴다.어제 연료 구입에 문제가 있어 오늘 알라야차 국립공원으로 이동하며
가스와 휘발류를 구입하기로 했다. 뒤늦게 알게 된 장비점이 몇 군데가 있는데 현지 장비점이 전반적으로 열악하고
기반이 구축되지 않았다. 그래서 EPI 부탄가스 구입이 원활하지 않았고, 그래서 일반용 가스를 구입해 아뎁터를
이용하여 부탄가스통으로 옮기고 휘발유는 화이트 휘발유가 아닌 일반 휘발유를 주유소에서 큰 통에 담아 이동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버너가 막히는 원인이 되었다.
우린 알라야차 공원에 도착한 후 기다리고 있던 포터 들에게 짐을 인계한 후 라첵산장을 향해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그런데 비가 온다. 우리를 환영하는듯 마중하는듯 아니면 잠시 후에 있을 나의 고소를 예견하듯 비가 내린다.
공원을 출발한 시간이 오전 11시 30분경. 고도계는 2200m를 가르키고 있었다. 비가 와서 자켓을 입고 베낭커버를
한 후 후미를 따라 산을 오른다. 춥다!. 고소증세를 생각하며 걸음을 천천히 걸으려 노력한다. 숨이 차다.
이국적 경치와 풍경에 연신 카메라를 넣고 꺼내길 반복한다. 꽃과 나무와 능선의 설산을 찍는다. 다른 대원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고 있다. 한참을 오르니 뒤쳐지는 포터들이 하나둘 나온다. 옷은 허스름한 추리닝 차림과 운동화다.
평상시 집에서 입던 옷으로 이곳에 온 것이다. 마음이 안타깝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탕 한 줌과 행동식을 건네는
것 밖에 없다...
야생화를 찍느라 앉고 쭈그리고 일어서길 반복하는 것이 고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평소 걸음을 천천히 걸으려 노력했고 습관화 했기에 별 문제는 없었지만 사진을 찍느라 여기저기 앉고서고
하는 것이 무리가 되어 뒤늦게 휴식처에 도착해 급하게 주먹밥과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쉬지않고 다시 출발한 후
30분이 지났을까, 심한 두통과 메스꺼움이 시작되어 먹은 것을 모두 토하고 고소증세가 시작되었다. 괴롭다.
어떻게 B.C까지 왔는지 희미하다. 비몽사몽 몇발자국 옮기지 못하고 숨을 헐떡인다. 누군가 짐을 덜어주고 도움을
준다. 상훈이와 승철이, 그리고 유동이형님이다. 머리가 희미하다. 몸은 무기력하고 힘들다. 비는 내리고 춥다.
여기가 어딘지 힘들기만 하고 정신이 혼미하다. 입에선 '머리아파, 머리아파..' 되뇌이고 있다.
다른 대원들은 B.C예정지에 짐을 두고 포터들을 도우기 위해 다시 내려와 포터 짐을 나누어 지고 다시 올라온다.
나는 꿈을 꾸듯 그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다.
어찌 B.C에 왔는지, 텐트를 어찌 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텐트에 들어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B.C입성기는 고통과 무기력으로 기억할 수 없을 만큼 혹독했다. 고소증세는 소리없이 왔다가 소리없이 가는 것 같다.
고통과 무기력을 남기고...
고소증세는 술마신 것과 같다. 나는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다.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고 혈압이
상승하며 숨이차고 나중엔 두통이 심하게 온다. 이것은 고소증세와 아주 유사하다.
나의 고소증세는 처음엔 숨이 차다가 두통이 극심해지며 구토와 어지럼증이 동시에 생긴다. 그리고 몸이 무겁고
무기력하며 정신이 혼미해진다.
나는 지금껏 나의 베낭을 남에게 맡겨 본 적이 없다. 오늘만 빼고. 걸음걸이도 다섯발자국 이상 옮기질 못했다.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다. 머리가 아프고 힘들다는 생각 밖에. 결국 상훈이와 승철, 유동형님의 도움으로
B.C까지 온 힘을 다해 올라왔다. 그리고 K.O됐다.
얼마나 기다리고 꿈꿨던 원정인가. 이렇게 쉽고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고소증세인 듯하다. 그렇게
나약한 인간이 나란 말인가. 믿을 수 없다.어망해서.. 어떻게 준비 하고 나선 길인데 이렇게 쉽게
쓰러지다니. 텐트에 누워 죽어가는 어린 새처럼 힘겨운 헐떡거림만 할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대원들이 무엇을 하는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대원들에게 미안하다.
내 책임과 역할을 그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이내 미안하고 마음에 걸린다. 용주형도 머리가 아프다며 내 옆에 눕는다.
우리 텐트가 병동텐트 되어버렸다. 나는 원래 다이닝 식당용 텐트에서 자기로 되어있었는데 고소로 인해
이 병동텐트에 머물게 되었다.
참 어이가 없고 답답한 일이다. 연수도 등반도 모두 어렵게 될 수 있고 자신감도 사라졌다. 이러다간 하산하는
수 밖에 없을것 같다. 그냥 숨쉬는 것 조차 힘들다. 고생하는 대원들에게 누워서 입으로 받아먹는 죄스러움이란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자다깨다 하기를 반복하며 잠꼬대하듯 '아 힘들다.'를 중얼대며 설잠을 잔다.
그렇게 B.C의 밤은 새벽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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