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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이 불어오는 곳~
마음에닮는 글·시

산경-도종환

by 바람 불어오는 곳 2016. 11. 18.

 

 

산경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말 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 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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