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감이 많이 열렸다.
어려서 부터 보던 나의 감나무.
해가리를 좀 해서 어느 해는 많이
어느 해는 적게 열매를 맺는다.
추위와 병으로 죽다 다시 살기를 만복하며
긴 생명력을 가진 나의 감나무,
수년을 마당 한곁에서 묵묵히 함께 해온
정깊은 나무이다.
감은 풍성하고 정감어린 과일이다.
올해도 감이 많이 달렸다. 떨은 감이라 곳감을 해야 먹을수 있다.
매년 곳감을 만들 생각에 마음이 행복하고 넉넉했었다.
작은 것에서 오는 행복들 말이다.
올해도 곳감을 만들어 눈 내리는 겨울 하나 둘 나눠 먹는
재미와 정을 나룰 생각에 매년 이맘땐 그렇게 넉넉하고 풍요로웠다.
하지만 올해를 마자막으로 더이상 이 감나무에선 감을 딸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의 감나무와 감은 다른해 와는 다르다.
올 해를 마지막으로 이 감나무를 내 집 울타리 안에선
더이상 볼수 없게 될듯 하다.
새 집을 짖고 이사를 하게 된것이다.
이 정든 집과 마당을 떠날 생각에 마음이 애석하다.
어릴적 정든 한옥을 헐어 내고 집을 다시 질때도 이런 마음이었는데..
정든 뜰안과 나무, 마당의 꽂들을..
새집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애슬프다...
새로운 것도, 깔끔한것도 좋은 세상이지만
손에 익고 눈에 익숙한 정 많이든 물건들에
자꾸 마음이 가는것은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라도 들한다.
하지만 난 내 주위에 있는 익숙한것이 너무 편하고 좋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에서 소유로 인하여 얻게될 수많은 번뇌들을
일깨워 주셨지만 그 소유로 인한 것들을 쉽게 버리기는 정말 힘들다.
그 번뇌 또한 익고익어,녹고녹아
편안함으로 익숙함으로 통하였는지
난 그렇게 편안함으로 익숙함으로 좋다.
이것은 새로움이 좋은 만큼 또 오래된 것들의 좋음이다.
이 가을 감나무를 보며 곳감 만들 생각에 풍요롭고
넉넉한 마음 한편엔 애석하고 서운함이
가을 바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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